푸틴의 절친 벨라루스 대통령 사실관계 실토

"테러범들, 벨라루스행 좌절돼 우크라로 갔다"

이준성 승인 2024.03.27 08:54 의견 0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사진=벨라루스대통령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로 약 140명이 숨지고 180명 이상이 부상한 가운데, 테러의 배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모스크바 테러 대책 회의에서 “이 범죄가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리스트들이 왜 우크라이나로 도피하려고 했는지, 그곳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테러의 배후라는 기존의 의혹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는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벨라루스가 신속히 국경 검문소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들(테러범들)은 벨라루스에 오지 못했다. 그들은 그것(검문소)을 보고 방향을 돌려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테러범 체포를 위해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긴밀히 공조했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테러범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으며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간 것은 벨라루스 국경을 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테러범들의 차량이 모스크바에서 브랸스크주로 향하자 벨라루스와 러시아 보안당국이 협조해 체포 작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남서부에 있는 브랸스크주는 벨라루스 국경과 우크라이나 국경을 모두 맞댄 지역이다.

또 루카셴코는 자신이 잠도 못 자고 푸틴 대통령과 계속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IS는 두 번의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모스크바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백’ 했지만, 정작 푸틴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푸틴과 쓰레기는 이번 일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기고 있다”면서 “이번 테러는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당국도 이번 테러에 대해 “공격은 IS의 책임이며 우크라이나와는 어떤 연결도 없다. 크렘린궁의 선전전일 뿐”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IS가 자국에서도 수차례 공격을 시도했다면서 미국의 주장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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